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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뒤흔드는 검은 목소리’-소프라노 제시 노먼 09/08/18
파일1press/739_200908170430.jpg [48.3 KB]
'음악과 술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라는 말은 대체로 옳다. 다만 음악도 음악 나름이요 술도 그렇다. 오래 묵은 막걸리는 식중독을 유발시킬 뿐이다. 기량이 쇠퇴한 음악가의 연주는 어쩐지 영락한 제국의 끝을 보는 듯해 청승맞기까지 하다.

성악은 사람의 목소리를 써야 하는 만큼 쇠퇴가 빠르다. 80세 성악가의 소리가 40대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손가락을 놀리는 악기 연주 쪽은 다행히 성악보다는 수명이 긴 편이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노장 연주자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감동을 뿌리고 있다. 기량을 넘어 선 연륜이 이들의 무기다. 이럴 땐 확실히 오래 묵은 연주에 마음이 간다.

그런 점에서 제시 노먼은 복을 받았다.‘검은 여왕’,‘검은 여신’으로 숭앙받는 그녀는 1945년생이니 올해 64세. 대한민국의 역사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악가로서 그녀의 역량은 조금도 녹슬지 않고 있으니 신기할 밖에. 게다가 노먼의 소리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분류된다. 내지르는 힘이 능기란 얘기이다. 힘은 꺾이기 쉽다. 그러나 그녀는 세월을 비웃듯 60대의 나이에도 150km의 강속구를 펑펑 뿌려댄다. 어찌 신의 축복이라 하지 않을까.

노먼은 본래 오페라 가수로 출발했다. 1969년 바그너의 ‘탄호이저’에서 엘리자베스 역으로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데뷔했다. 이후 그녀의 길은 그야말로 탄탄대로. 라 스칼라, 빈 국립오페라극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전 세계의 오페라 무대가 그녀 앞에 줄을 섰다.

1980년대에는 상복이 터졌다. 1982년 미국에서 ‘올해의 음악가상’을 받았고, 1984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예술과 문화의 훈장을, 1989년에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저 유명한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라모폰상, 그래미상도 그녀에게 수상의 영광을 바쳤다.

2006년 2월, 그녀는 그래미상 음악부문 평생공로상을 48년 그래미 역사상 4번째로 받았다. 전 세계 대학과 음악원에서 받은 명예박사 학위만도 35개에 달한다.

이쯤에서 그녀의 ‘위대함’을 피력하는 일은 접어두자. 말년(이런 표현은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에 이른 노먼은 인도주의 활동도 많이 한다. 뉴욕 시립도서관, 뉴욕 식물원, 카네기홀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국립음악재단과 루푸스재단의 위원이기도 하다.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후원회의 미국대표다. 올해 3월에는 카네기홀이 주최하는 3주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화유산 축제에서 감독 겸 큐레이터를 맡기도 했다.

노먼의 내한공연은 세 번째로 7년 만의 일이다. 그녀는 2001년과 2002년 연속 한국을 찾아 국내 팬들에게 ‘콜로라투라’의 진성(眞聲)을 들려주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성 지휘자 레이첼 워비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오케스트라가 노먼의 노래를 받친다. 워비는 지난 시즌 노먼의 첫 중국투어에서 함께 했던 파트너이기도 하다.

공연장을 구석구석까지 울리는 풍부한 성량과 윤기 흐르는 목소리. 영혼의 깊은 내면까지 흔드는 마력을 지닌 제시 노먼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확실히 이 시대음악 애호가들의 행운이다.

어서 9월이 왔으면 싶다.

9월 18일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마스트미디어 02-541-6235

티켓 5만원-22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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