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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부술 듯 친다, 관객 가슴을 치려 (조선일보 4.28)11/04/28
내달 한국 공연 나서는 '건반 위의 사자' 베레좁스키
"폭풍처럼 강하게 연주해야 맨 뒷줄에 앉은 관객도 내 음악 잘 들을 수 있어…
베토벤·리스트·라흐마니노프 이번 한국 공연서 연속 연주"

2009년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사자'가 포효하자 피아노 줄이 끊어졌다. 러시아의 명(名)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Berezovsky·41)가 쇼팽 협주곡 2번 1악장을 연주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베레좁스키는 피아노 뚜껑 안쪽을 살핀 뒤 연주를 마저 끝냈다. "그건 끊어진 게 아니에요. 내 음악적 열정이 너무 뜨거워 줄이 녹아내린 거지요." 25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강력한 타건(打鍵)과 역동적 연주로 잘 알려진 베레좁스키가 다음 달 8일 내한 연주를 갖는다. 2002년 이후 거의 매해 한국을 찾지만 그때마다 범상치 않은 선곡으로 놀라움을 안겨 줘 열혈팬이 특히 많다. 2002년 까다로운 기교로 악명 높은 리스트(1811~1886)의 '초절(超絶)기교 연습곡' 전곡(全曲)을 선보인 이후 2004년에는 쇼팽 연습곡 8곡과 고도프스키 연습곡 중 11곡을 교대로 연주, 쇼팽 피아니즘과 편곡예술의 정수를 드러냈다. 2009년에는 남들이 한 곡 치기도 힘들어하는 쇼팽·라흐마니노프·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한 번에 연주했다. 덩치 큰 피아노를 온전히 장악해 그 속에서 영롱한 음을 끌어낸다는 차원에서 별명은 '건반 위의 사자'. 울림이 깊고 강한 연주가 특징이다.

이번에도 그는 베토벤·리스트 협주곡 2번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한 무대에 올린다. "협주곡 하나만 연주하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만 남잖아요." "시즌마다 좋아하는 작곡가가 달라진다"는 그는 "수많은 작곡가들에게서 하나씩 배우고, 그걸 무대에서 토해냈을 때 청중이 환호하고 박수쳐 주는 게 정말 좋다"고 말했다.

196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베레좁스키는 90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군악대인 아버지와 유치원 음악교사인 어머니, 그리고 제2차대전 때 전쟁터에서 군인을 위해 피아노를 쳐 준 외할머니 모두 음악인이다. "비처럼 꽃향기처럼 피아노가 스며들었다"는 게 그의 피아노와의 인연의 시작이다.

피아노가 끊어질 정도로 소리를 크게 내는 건 "연주회장의 맨 뒷줄에 앉은 사람도 내 피아노 소리를 잘 듣게 하기 위해서"다.

베레좁스키는 작년 4월 내한 연주 때, 그는 예고된 쇼팽 '환상 폴로네즈'를 연주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자신만만하던 '건반 위의 사자'가 10초간 망설이다 대답했다.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상의 상태에서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청중이 기분 나빴을 수 있지만 폴로네즈를 완벽하게 연주할 수 없겠더라고요. 피아니스트도 그날 기분이나 자신감에 따라 얼마든지 연주가 달라질 수 있고…. 무대 위에서 한순간 결정 내리는 건 온전히 연주자의 몫이죠."

모든 곡을 지나치게 쉽게 연주하는 것 같은 그도 "리게티(1923~2006)는 정말 어려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여덟 살 때부터 리게티를 치기 시작했지만 배우기 정말 힘들었어요. (손가락을 펼쳐 앞에 놓인 탁자를 두드리며) 정말 정말 많은 손가락이 필요하고, 왼손과 오른손도 종종 자리를 뒤바꾸고, 곡 자체도 굉장히 복잡하고요." 하지만 그는 "곡이 워낙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그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며 "다음번 내한 때 한국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주를 하지 않을 때는 '도스토옙스키의 후손'답게 가벼운 도박을 즐긴다"는 그는 "모든 것을 잊고 자기 자신을 바친다는 점에서 음악과 도박이 닮았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담배를 놓지 않은 그의 손은 오랜 시간 노동한 사람의 그것처럼 조금 부은 듯 보였고, 잔근육으로 꽉 차 있었다.

조선일보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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