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In  |  Join Now  |  장바구니
[국제뉴스 | 리뷰]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이번에는? (공연리뷰)17/07/06
링크1http://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14351
지난 16일(화)은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클래식 애호가들한테는 좀 특별한 날인 듯싶다. 다름 아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내한 공연이 있던 날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7년 간의 공백 기간 후에 갖는 내한공연이라 그를 기다린 수 많은 팬들에겐 더욱 큰 의미가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이윽고 그의 시간이 되어 '피아노의 사자'라고 불리는 거장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기대와 환호 가운데 무대에 나타났다. 피아노와 전투라도 벌일듯한 비장한 그의 모습은 마치 글래디에이터 전사와도 같이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첫 음을 울리기 앞서 스타인웨이를 마주한 그의 모습은 잠시 기도하듯 구도자 같은 그만의 의식이 이어졌다. 잠시 동안의 길고 긴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그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과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그의 첫 음을 울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 Eb 장조 Op.27-1 '환상곡 풍 소나타'

이 작품은 베토벤의 작품 세계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이끌었던 '자유'라는 부분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첫 악장부터 마지막 악장까지 아타카(attacca 어떤 악장의 끝에서 지체 없이 곧 다음 악장으로 연달아 연주)로 연주해야 하는 이 곡은 소나타 곡이지만 소나타 형식에 매이지 않는 작품이다. 그야말로 '자유'라는 의미를 밝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에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연주했다. 그의 모습에서 부드러운 소녀 같은 감성적 터치가 나온다는 것이 잘 믿겨지지는 않으나 그의 모습은 베토벤을 친구 삼아 조우의 시간을 마냥 즐기는 모습이었다. 진지한 그의 모습 속에서 그가 태어나고 자란 구 소련의 지난 냉전의 브레즈노프 통치 세월을 넘어 현재의 푸틴에까지 이르는 간극적인 세월 속에서 자유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베토벤의 고난의 시간을 지나 빠른 속도로 역사를 아타카 하듯이 관통하는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원래 이 작품 대신에 '비창'을 연주할 계획이었으나 프로그램이 바뀌었다. 내 개인적 생각으론 '비창'을 했었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어서 음악은 쇼팽의 네 개의 즉흥곡으로 이어졌다.  

베토벤과 쇼팽을 통해서 느낀 그의 모습은 전부를 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연주였다.

부드럽고 서정적이긴 하나 그의 본래 모습은 이게 아닐 것이란 생각에 잠시의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그가 왜 거장인 지에 대한 답을 그 다음 프로그램 순서에서 이를 발견했다.  
    

바르토크 피아노 소나타 Sz. 80

이 작품에서 그는 난 피아노의 사자다! 라는 사자후를 외치듯 나는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다! 라는 그 만의 강력한 피아니즘을 보여주었다. 강한 강철타법과 건반 위의 손놀림 그리고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그의 음악은 이내 의문에 싸였던 생각들을 불식시키고도 남았다.

바르토크 음악은 유명한 피아노 연습 교재인 미크로코스모스 시리즈를 비롯 현대 음악에서 그의 자리는 상당한 위치를 점유한다. 특히 작곡을 공부하는 작곡학도는 반드시 그를 거쳐야 할 만큼 그에 대한 비중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온통 묵직하고 둔탁한 음향은 피아노가 마치 타악기로 변신한 것처럼 피아니스트는 대단한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불협화음이 협화음으로 들릴 때까지 고막을 향한 고문은 계속 이어지며 사운드의 충격 또한 계속 이어진다. 화려한 선율의 아름다움을 가진 쇼팽 다음에 듣는 음악이어서 귀로 느껴지는 텐션의 불안감은 더 할 수도 있다. 요즈음은 바르토크 음악보다 더한 음악들 덕에 이 정도의 음악은 그런대로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으리라.

인터미션에 이어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인 '근대 피아노 주법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스카를라티는 그야말로 정화의 시간이었다. 본래 하프시코드로 연주해야 하지만 피아노로도 그 느낌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음악이다. 당시 하프시코드에는 페달 기능이 없어 음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트릴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당시 음악들은 유난히 트릴이 많이 나온다.

바르토크 연주 후 스카를라티 선곡은 묘수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센스를 엿 볼 수 있었다.

  
스트라빈스키 피아노 소나타 C장조, 피아노를 위한 '페트루슈카' 3개의 악장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마치 스트라빈스키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의 연주는 스트라빈스키를 위해 최적화 되어 있다고나 할까? 그 어렵다 던 난곡들 중에 들어가는 페트루슈카를 너무나 쉽게 그리고 가볍게 연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고난 힘과 연주력은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거대 장벽을 쉽게 허물 듯 그의 연주력은 대단한 파워를 자랑하였다. 그가 연주하는 페트루슈카는 오케스트라를 연주 하듯 웅장함과 함께 에너지가 매 순간 흘러 넘쳤다. 러시아 출신의 스트라빈스키가 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를 만나 그의 음악은 활력을 받아 승천하는 듯 했다. 이를 바라보는 모든 청중들은 숨소리도 못 낸 채 그의 연주에 몰입을 했다. 그리고 절정의 순간을 넘어 음악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질주하며 꽝 하는 마지막 음과 함께 풍성한 배음들은 콘서트장에 울려 퍼졌다.

우뢰와 같은 환호와 박수 갈채가 장 내에 넘쳐 났다. 외국 같으면 모두들 기립 박수를 했을 법한데 그래도 여기저기 브라보를 외치며 그를 계속 불러내었다. 그는 이에 대한 답례로 앵콜 연주를 세 곡이나 커튼콜 때마다 연주했다. 객석 중 어느 여성팬은 그를 향해 '땡뀨'를 외쳐 좌중에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앵콜 연주로 그리그 서정곡집 중에서 5번, 쇼팽 에튀드 1번, 알베니즈 에스파냐 모음곡 중 1번을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1988년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데뷔한 지 30여년이 되었다. 지난번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신에게 30년 전과 현재의 피아노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저에게는 항상 같은 의미입니다. 새로운 것과 그것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피아노의 즐거움과 재미는 언제나 항상 같은 의미입니다"라고 답을 했었다.

이번 연주에서 그는 그만의 피아니즘을 또다시 피력하였다. 그리고 그를 환호하는 청중들에게 그는 예를 다해 최선을 보여주었다. 강한 피아니스트의 이미지와 함께 부드럽고 서정적인 그의 모습이 좋다. 그리고 "항상 같은 의미"라는 그의 말과 생각이 그에 대한 신뢰와 함께 앞으로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새로운 모습과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연주였다고 평할만 하다.

국제뉴스 강창호 기자

번호제 목작성일조회수
77러셀 셔먼, 음악도 문학처럼 스토리텔링 중요 (매일경제 8.25) 11/08/2911009
76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10년만에 독주회 09/11/056815
75[뉴시스 | 인터뷰] '건반 위의 사자' 베레조프스키 "건강 호전...작년 같은 일 없을 것" 17/03/164250
74[한국일보 | 인터뷰] 베레좁스키 "섬세하고 강한 음악 선사할게요" 17/03/163747
73[한국일보 | 인터뷰] 당타이손 “조성진은 완벽한 피아니스트” 17/07/063541
7264세 소프라노 투혼에 청중도 울었다 09/09/217587
71[연합뉴스 | 인터뷰] 피아니스트 조지 리 "워즈워스 詩로 음악 더 깊게 이해 가능" 17/07/204545
70장영주 전국 리사이틀, 10년만입니다 09/11/067625
69색다른 두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4.13) 11/04/289865
68[한국경제 | 인터뷰] "호로비츠처럼 다양한 색깔의 연주 펼치겠다" 17/07/254287
67쉬프가 들려주는 베토벤 후기 소나타 3곡 (연합뉴스 2.3) 11/03/088602
66[아티스트]전국순회공연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한국서 크리스마스 보내게 돼 기뻐” 09/12/106922
65겨울을 감싸는 따스한 클래식의 향연 09/11/126805
64‘영혼을 뒤흔드는 검은 목소리’-소프라노 제시 노먼 09/08/186950
63피아노 부술 듯 친다, 관객 가슴을 치려 (조선일보 4.28) 11/04/2811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