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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인터뷰] "내 음악, 전쟁의 아픔서 싹텄죠"17/07/06
링크1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3/2017061300067.html
지난 주말 내한 공연 가진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
아시아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 "피란 때도 어머니와 피아노 연습"
  
먹빛 차이나칼라 재킷을 입고 피아노 앞에 앉은 당 타이 손(59)은 주문을 외듯 열 손가락을 펼쳤다 접었다.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은 쇼팽의 전주곡과 마주르카, 스케르초로 3년 만의 한국 무대를 열었다. 조성진보다 35년 앞선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연주자답게 감성적이면서도 또렷한 음색은 독보적이었다. 아르페지오도 화려했다.

1부 마지막 곡인 리스트 '벨리니 노르마의 회상'과 2부 슈베르트 소나타 21번이 빚어낸 선율은 대조적이었다. 손가락 마디를 급격히 꺾어 건반을 찌르듯 누르면서 여사제장 노르마의 분노를 표현할 땐 힘이 넘쳤다. 반면 서른한 살 슈베르트가 죽음을 두 달 앞두고 쓴 소나타는 잔잔한 손길로 건반을 물결 치며 내면을 파고들었다. "슈베르트의 후기 소나타를 제대로 연주하는 건 처음이에요. 작곡가의 만년(晩年)에 어린 낭만을 소화하려면 삶의 나이테가 필요하니까. 20대들은 그걸 몰라요. 어떻게 알겠어요? 죽음의 공포를 느껴보지 못했을 텐데…." 공연 사흘 전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그는 "나에게 죽음은 까마득한 유년에 봉인해놓은 비밀 같은 것"이라며 웃었다.

베트남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1964년 8월, 하노이 음악원의 피아노 교수였던 어머니 타이 티 리엔은 물소 두 마리에 업라이트 피아노를 싣고 여섯 살 아들과 피란길에 올랐다. 반체제 시인이었던 아버지 당 딘 훙은 가족을 보살필 여력이 없었다. 70㎞를 한 달간 걸어 산속 마을에 다다랐다. 우기에 강을 건너느라 피아노는 줄이 끊어졌고 해머는 녹슬었다. "음악원 학생들과 하루 20~30분씩 돌아가며 피아노를 치고, 날이 개면 건반 덩어리를 떼내 햇볕에 말렸어요. 연습실 천장에 뱀이 나타나면 여자애들은 비명을 질렀지요."

1970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 콩쿠르가 열렸다. 참관인으로 간 그의 어머니는 쇼팽의 전곡(全曲) 악보와 음반을 갖고 돌아왔다.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그때 처음 들었다. 1977년 모스크바 음악원으로 유학 가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그리고 쇼팽의 모든 것을 배웠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스물둘 그는 학교로 돌아갔다. 베트남이 공산화해 서구로 연주 여행을 가고 싶어도 비자가 안 나왔다. 체제에 발 묶인 그를 크리스티안 지메르만과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이 베트남 대사관을 들락거리며 불러줬다. 그는 "처음부터 최고의 지위에 있었으면 괴로웠을 거다. 하지만 나는 정글보이. 바닥부터 시작해 차츰 나아졌기에 매일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당 타이 손은 "음악은 아픔과 상처에서 싹튼다"고 했다. 8년간 이어진 피란 생활. 머리 위로 오가던 전투기 소음이 잦아들면 어머니는 전깃불도 없는 숲속에서 오직 달빛에 의지해 쇼팽의 야상곡을 쳐줬다. "한동안 프랑스 음악과 현대음악에 천착했던 내가 쇼팽과 슈베르트에 다시 눈뜬 건 바로 그 때문이에요. 나의 피아노는 지독한 낭만에서 시작됐다는 걸 예순이 돼서야 깨달았죠." 이번 내한 무대에서 그가 들려준 앙코르도 쇼팽의 야상곡 20번이었다.

조선일보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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